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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지만 가득찬 동양사상 매력있어요”-일마 라쿠자

“비어있지만 가득찬 동양사상 매력있어요”

독일어권 시단의 거장 일마 라쿠자
문예위 초청으로 방한 “한국어에는 떨림있어”

시인 일마 라쿠자(65)에겐 `다문화`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를 거쳐 지금은 스위스에 살고있다. 러시아와 파리에서 유학까지 했으니 그녀의 문학은 다문화적 상상력으로 빛난다. 일마 라쿠자가 한국에 왔다. 극동아시아는 처음이라는 그는 한국에서 받은 이국적인 아름다움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 `빛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변에 서 있는 소나무도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숙소인 연희문학촌 분위기도 좋고요.”

시집 `만물에 선 하나 긋기` `사랑 뒤의 사랑` 등의 시집으로 중부유럽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라쿠자는 섬세한 서정이 빛나는 시편들로 유명하다.

“소리내어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해석이 필요한 어려운 시들이 쏟아지면서 유럽에서도 시 독자층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제 어린 시절만 해도 어머니들이 수백 편의 시를 줄줄 외웠어요. 시가 삶의 일부였던 거죠. 하지만 모더니즘 이후 시는 대중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라쿠자의 시는 번역된 것을 읽어도 음악성과 회화성이 동시에 살아 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대표 시 `레닌그라드에 눈이 내렸어요`의 한 토막.

“레닌그라드에 눈이 내렸어요/ 한밤중 주유소는 휴경지처럼 황막했지요/ (중략)/당신은 가벼운 입술에 실려 그곳을 떠나/ 시의 세계로 들어갔지요. 우리는/ 조용히 가볍게 당신의 도시를/ 달렸어요. 아무 말도 안 했지요.”(김광규 번역)

동양 정서를 떠올릴 만큼 시는 단아하고 정제되어 있다. 그는 실제로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다. “선불교에 관심이 많아요. 관련 책들을 많이 읽어봤는데 `무(無)`의 경지에 한번 도달해보고 싶어요. 비어 있지만 가득하고, 가득한 것 같지만 비어 있는 동양의 미학이 시 쓰기의 궁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돼요.”

스위스문학상, 라이프치히 도서상, 빌레니카 중부유럽문학상 등을 받으며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한 시인이자 3권의 소설책을 낸 소설가로,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번역가로 문학 일선에 서 있는 라쿠자는 한국어의 `그래요`라는 말이 너무 아름답다며 몇 번을 되뇌었다.

“한국어에는 음악성이 있어요. 일종의 떨림이랄까. 감각을 건드리는 느낌이 참 좋아요. 곱고 선하고 섬세한 언어예요.”

라쿠자는 “문학은 속도 효율 경쟁 같은 것들과는 다른 세계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들은 읽는 사람들의 감수성을 고양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는 경쟁에서 소외된 것들에서 미학을 발견한다.

“세상 모든 것들을 있는 존재 그대로 보고 싶어요.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다워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스위스 프로헬비치재단 후원으로 한국에 온 그는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경주 불국사와 해인사 등을 가보기로 했어요. 시가 샘솟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연희문학촌에서 열리는 낭독회도 기대하고 있어요.”

[허연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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