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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동생을 위한 弔時’

마종기-‘동생을 위한 弔時’ 中| 
8. 혹시 미시령에

동규형 시집 미시령인가 하는 것 좀 빌려줘,
너랑 마지막 나눈 말이 이 전화였구나.
나도 모르는 곳, 너와 내 말이 끝난 곳,
강원도 어디 바람 많은 곳인 모양이던데.

요즈음 네 무덤가에서 슴슴한 바람을 만나면
내가 몇 번을 잊어버리고 빌려주지 못한 미시령,
혹시 그곳에 네가 혼자 찾아간 것은 아닐까.

내년쯤 일시 귀국을 하면 꼭 찾아가봐야지,
네가 혹시 그 바람 속에 섞여 살고 있을는지.

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바람만 만나게 되면
흔들리는 그거라도 옷자락에 묻혀와야지,
그 바람 털어낼 때마다 네 말이 들리겠지,
내 시를 그렇게 좋아해준, 너는 그러겠지,
형, 나도 잘 알아듣게, 쉽고 좋은 시 많이 써.
이제 너는 죽고 나는 네 죽음을 시쓰고 있구나.
세상 사는 일이 도무지 어처구니없구나.
시를 쓴다는 일이 이렇게도 하염없구나

 

9. 造花(조화) – 마종기  시조/한시/시 

이직 비석도 세우지 못한 네 무덤

꽂아놓은 조화는 아름답구나.

큰비 온 다음날도, 불볕의 며칠도

조화는 쓰러지지 않고 웃고 있구나.

무심한 모습이 죽지 않아서 좋구나.

향기를 남기지 않아서 좋구나.

 

나는 이제 살아 있는 꽃을 보면

가슴 아파진다.

며칠이면 시들어 떨어질 꽃의 눈매

그 눈매 깨끗하고 싱싱할수록

가슴 아파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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