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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이론연구

 

  제목 : 서사이론연구
작성자 : 이병용     작성일 : 2003-07-05 :     조회수 :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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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이론연구

1. 들어가며: 서사(narrative)란 무엇인가?

“narrative”의 가장 넓은 의미가 지칭하는 것은 “인간이 지어내는 모든 이야기”이다. 이 용어는 narrative poem과 같이 형용사나 그냥 그대로 명사로 쓰이는데, 국내에서는 이야기, 서사, 서술, 설화(체), 서사체(물)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고 있다. “narrative poem”이란 이야기시, 설화시, 서술시 등으로 번역되는데 이야기(story)를 말하는 시, 또는 이야기가 우세한 시를 말한다. 반면 “epic”은 서구에서 유산문학, 즉 예술문학과 민속문학의 중간형태이며, “영웅설화-영웅시-서사시”의 적층적 과정에 의해서 형성된 적층문학이다. 여기서 서사란 용어가 “서사시(epic)”에서는 명사형 용법으로 쓰여지지만, “서술시(narrative poem)”에서는 형용사형 용법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주목할 수 있다. 영웅설화, 영웅시를 문학적 적층으로 하고, 그 시대적 상황을 수용하고 있는 서사시는 언어형식의 관점에서 말-구송(전승적) 서사시와 문자-기록(문학적) 서사시로 나눌 수 있다. 시대적 순서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중세를 기준으로, 그 이전을 원시적 서사시의 시기로, 그 이후를 예술적 서사시의 시기로 구분되는데, 서사시가 중세 이전에 해체되어 네 갈래로 분화되다가 근대에 이르러서 새로운 서사시적 종합을 통하여 “소설(novel)”이 출현하는 것이다. 서사시의 해체에서 새로운 서사시적 종합은 “서술성(narrativity)” 때문이며, 이 서술성에 의해서 작은 서술적 형식인 소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때 서술성을 쥬네트는 ① 서술적 진술-한 사건 혹은 일련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구비적이거나 기록적인 담화, ② 이같은 담화의 주제인 사실적이거나 허구적인 연속적 사건에 대한 서술, ③ 자세히 말하여진 사건이 아니라 사물을 열거하는 화자를 구성하는 사건과 서술행위 그 자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성이 문학의 최저 단위인 문장을 기본단위로 한 이야기와 관념, 즉, 어떤 복잡한 관념적 이야기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그 이야기 속의 내용적인 것이 서사성이다. 따라서 서술성은 서사성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서사는 다른 텍스트와 마찬가지로 기호적 실체들을 특정의 방식으로 결합 제시함으로써 의미를 생산하는 담론의 한 형태이다. “서사시학”은 서사의 구성 요소를 이해하고, 특정한 서사가 그 나름의 효과를 어떻게 얻어내는지를 분석하려 한다. “narrative”의 일차적인 의미는 “사건의 서술”이다. 이 말은 사건(event)이 있고 그것이 서술(narration)된다는 두 가지 조건이 구비되는 모든 곳에 서사 또는 서사현상(narrative phenomenon)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서사의 필수 불가결한 두 가지 요건은 이야기의 내용(사건들의 시간적 연쇄)과 이야기하는 역할(화자)이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해주는 화자와 그것을 듣는 청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행위이다. 이야기는 그것이 거두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특정 효과(effect)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직된다. 이야기는 여러 종류의 “서사 장르(narrative genre)”들로 나뉘게 되고 각 장르는 자기 장르의 목적을 유효하게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특징 있는 규칙과 문법을 개발하고 인식 가능한 모종의 약속, 즉 서사 관행을 확립한다. 이와 같이 문학연구는 플롯의 개념, 다른 유형의 화자의 개념, 서술 테크닉의 개념과 같은 서사구조의 이론(이야기의 테크놀로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면 현대 소설의 이론에서 “novel” 대신에 “narrative”란 용어가 폭넓게 사용된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하는가? 그 답은 근대적인 서사장르인 소설 중심의 서사이론에 대한 반성과 비판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소설은 허구(fiction)의 하위장르이며, 최근 서사체 형태의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의 “탈장르” 미학에 영향받아 소설장르가 해체 확산되면서 타 장르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음이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또한 오늘날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서사물이 등장하면서 서사는 모든 사회의 모든 층위의 무수한 텍스트(서사체)에 광범위한 형식으로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제현상을 해명하려는 이론이나 지식담론 자체의 서사화 경향에서 살필 수 있듯 비문학적(비허구적) 서사에 관한 관심의 증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오늘날 “서사”는 문학으로서의 특권적 지위를 상실하고 언어적-비언어적 서사와 허구적-비허구적 서사를 포괄하게 된다. 여기서 서사와 비서사, 허구 서사와 비허구 서사의 가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앞서 살펴본 바대로 사건을 서술한다는 것은 서사의 일차적 요건이다. 이 요건은 “서사를 서사이게”하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서사란 “사건을 서술하는 담론”이라는 정의를 산출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서사는 “사건의 서술”이고 그것의 명제형식은 동작동사를 술어로 하는 서술명제이며, 따라서 사건 서술이 개입되지 않은 진술, 묘사, 기술, 설명(exposition) 등의 담론 양식은 비서사에 속한다. 다음으로 전통적 서사 양식의 대표격인 문학서사는 구비의 형태로건 문자의 형태로건 간에 언어를 매체로 하는 언어적 서사이다. 그러나 영화, 만화, 회화, 광고와 같은 비언어적 서사텍스트에서 살필 수 있듯이, 언어적 텍스트가 서사 텍스트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한편 허구 서사는 사건 서술방식이 그 표층 차원에서 수사성을 전경화 한다면, 비허구 서사의 시간서술은 표층 차원에서 수사성을 배제, 억압, 은폐한다. 여기서 “허구적 사건을 다루는가”라는 기준과 더불어 “수사장치에 의한 매개”가 허구 서사적 변형 서술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모든 비유는 형식(formal)매개이지만, 그러나 여기서도 특정 형식매개(수사장치)의 사용을 지배하고 결정하는 것은 특정의 이해관계, 관점, 이데올로기 같은 동기(motivation)라는 사실이 간과될 수 없다. 그러므로 어느 경우이건 이 각종의 매개는 이미 서사 생산의 동시적 참여세력이고 담론이며, 이 매개담론이 서사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다.
“서사학(narratology)”과 “서사이론(narrative theory)”의 차이는 바로 이 간극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통상 서사학(또는 서술학)으로 번역되는 “narratology”는 구조주의에서 발달된 이야기(서사)이론으로 서사장르, 서술의 분류, 플롯의 구조, 이야기의 성질, 형식, 기능, 능력 등을 연구한다. 서사 자체, 텍스트 단위의 과학적 분석을 강조할 경우, 서사학은 형식주의적 서사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서사학은 구조론으로부터 발단하여 기호학으로 그 체제를 갖춘 형식주의 전통 속의 서사론이다. 서사학의 연구대상은 “서사” 그 자체, 곧 가시적이고 접촉 가능한 기호조직체로서의 서사텍스트이다. 이때 서사의 동기, 수용, 역사, 이데올로기, 가치 등을 다루기 어렵다. 그러므로 도정일은 서사(이)론(narrative theory)을 서사학의 협소한 관심영역과 대상 범위를 훨씬 넘어서서 서사의 동기, 구조, 기술, 효과에 관계된 의미 있고 의의 있는 사항들을 담론 대상으로 삼고, 이야기의 생산, 조직, 수용의 세 차원에 개입하는 공시적 요소들과 통시적 세력들을 노출시켜 양자 협상을 모색해보려는 시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용어의 이런 구분이 서사연구의 대상과 방법의 차이를 엄밀히 규정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서사이론의 전개양상에 관한 연구로 필자가 살펴본 것은 두 가지이다. 월리스 마틴의 경우 기능적인 관점에서 ① 사건의 연속체; 전통적인 의미의 plot중시, ② 담화적 측면(시점의 측면); 서술자에 의해 생산된 담화, ③ 독서의 이론; 독자에 의해 조직되고 의미가 부여된 언어적 조작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반면 김종갑의 경우 시기적 구분에 의해 ① 전구조주의적 서술이론, ② 구조주의적 서술이론, ③ 후기구조주의적 서술이론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시기적 구분과 기능적 측면을 종합하여 서사이론의 전개양상을 ① 전통시학의 “plot”과 소설(시점)이론, ② 서사학의 종언, ③ 서사(이)론의 새지평: “post”시대의 새로운 정치성이라는 세 가지 세목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①의 경우는 전통적인 문학 및 소설장르의 관점에 의한 분석의 연장에 속한다면, ②와 ③의 경우는 본격적인 서사론 연구에 해당된다. 특히 앞서 지적한바 있는 ②와 ③의 구분이 필요하다. 전자가 이야기의 연구로서의 서사학이라면, 후자는 서술하기의 연구로서의 서사이론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서, 서사학이 구조주의적인 서술연구, 좁은 의미의 서술연구를 지칭한다면, 서사이론은 포스트구조주의적인 맥락에서의 서사연구, 넓은 의미의 서사연구를 지칭하는 것으로 구분하여 고찰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서사이론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으로 본 논문을 종결하기로 한다.

2. 전통시학의 “plot”과 소설(시점)이론

서사의 문제와 관련된 최초의 사건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발견되는 디에게시스(diegesis; 이야기)와 미메시스(mimesis; 모방)를 구별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우선 플라톤의 『국가』제3편을 보면 말하는 방식(화법) 혹은 이야기의 종류(장르)를 설명하는 다음의 말이 나온다.

“이야기꾼이나 시인이 말한 내용은 과거나 현재, 미래에 관한 서술이다. …… 서술에는 단순한 서술(diegesis)이 있는가 하면, 미메시스(mimesis)에 영향받은 서술, 혹은 이 양자가 혼재하는 서술이 있다(392 c-d).”

위의 인용 글에 나오는 “단순한 서술”은 작가가 자기 목소리로 작가로서 말하는 것이고, “직접적 모방”은 작가가 한 인물의 인격을 빌어 말할 때 성립한다. 즉, 디에게시스는 시인 자신의 말로 행동을 재현하는 것이고, 미메시스는 등장인물의 말로 행동을 재현하는 것이다. 전자는 시인 자신의 직접적 서술인 서정시(시인 자신의 목소리에 의해 매개, 통제)를 가리키고, 후자는 말과 행동의 모방적 재현인 극(작중인물의 목소리로 직접 제시)을 가리킨다. 이것을 화법개념에 적용하면 전자는 시인이 자신의 인격으로 말하는 것이고, 후자는 타인의 인격으로 말하는 것이 된다.
서술이란 서술자에 의한 대상의 재현이고 대화는 작중인물에 의한 대상의 재현이다. 희곡이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들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재현(mimesis)해서 보여주고자 한다면, 시는 그것을 다만 서술(diegesis)할 따름이다. 예를 들어,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왕』에는 무대에서 작가인 소포클레스는 등장하지 않고 등장인물(배우)들이 역할을 연기한다. 반면, 핀다로스(Pindar)와 같은 서정시인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시를 낭송하거나 서술한다. 이와는 달리 서사시(변형된 방식)인 호머의『일리어드』는 시인 호머의 목소리와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혼재하므로 미메시스와 디에게시스의 중간에 속한다.(이 두 가지 방식이 결합된 것이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서사라고 하는 양식이다.)이러한 플라톤의 3분법(서정-서사-극) 구분은 서양 장르이론의 선편이 되었고, 처음으로 이야기의 방법(화법)과 관련된 서사의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극적인 것과 서술적인 것의 개념규정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즉 직접적 서술은 모방을 포함하지 않으며 모방은 직접적 서술을 포함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두 철학자는 극적인 것을 서술적인 것보다 더 모방적으로 생각한 점에서 같다. 그러나 “시인추방론”에서 알 수 있듯이 플라톤에 의하면 도시 국가에서 이상적인 시인이란 될 수 있으면 덜 모방적이어야 한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서사시보다 높은 위치에 올려놓는다. 그 한 예를 들면 호머 해석에 있어서 플라톤은 서술적 시인치고는 지나치게 모방적이라는 비판을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머가 글쓰기를 극적인 담론과 접근시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한편 문학의 특성을 “모방”이라고 규정하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순수한 모방이라고 보았던 직접적 방식과 디에게시스라고 이름 붙였던 서술적 방식이라는 단지 두 가지 모방 방식만을 구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디에게시스는 서술로 미메시스(모사의 방식)는 무대예술인 희곡으로 정의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러한 축소 지향적 입장은, 그가 플라톤보다 더 엄격하게 모방의 방식을 극적 표현의 제약 조건으로 규정·정의하려 한 사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플라톤의 3분법을 변형 수용하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화법과 장르의 문제가 아닌 작품을 보다 더 구조적으로 분석하려는 형식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은 모든 문학연구의 기본 텍스트인데 이후로 이러한 문학담론의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인 이해를 시학(poetics)이라 불러왔다. 그는 시학을 정의하여 “시의 일반적 본질과, 그 여러 종류와, 각 종류의 기능에 관하여 말하고, 이어서 훌륭한 시가 필요로 하는 플롯의 구성과, 시의 구성 부분의 수와 성질과, 그 밖에 이 연구 분야에 속하는 다른 사항”을 다룬다고 하였다. 널리 알려진 그대로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행위의 모방”인 플롯(mythos)이란 문학작품의 “제일원리이면서 정수”로서 간주된다. 그에 의하면 인생의 모방이며 사건의 배열인 플롯이 성격이나 배경 등의 다른 구성 요소들보다 시학적으로 더 우월한 존재이다. 통일된 플롯에는 단순히 인간을 정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행동(praxis)”을 개연성 있게 재현해야 하며, 여기에는 사건의 “역전”이나 “새로운 발견”과 같이 극적인 요소가 개입되도록 치밀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즉 인과적으로 의미 있게 연결된 일련의 사건의 재현이 플롯이다. 이때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라는 시간적 순서(스토리)와 인과적 구조(플롯)의 얽힘이 이후의 서사학(러시아 형식주의와 프랑스 구조주의)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시학은 작품의 창작을 둘러싼 실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선두격인 호라티우스의『시의 기교(Ars Poetica)』는 기계적이고 규범적이고 기술적인 창작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적어도 18세기 신고전주의 시대까지는 시학의 큰 과제는 시 창작의 방법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예술철학이 발전하면서 문학법칙을 조목화하고 시에 대한 철학적, 사변적 이론(미학)이 성립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했던 존재로서의 시에 대한 이론이 이때부터 학술적 체계를 갖추게 된다.
18세기에 새로운 문학의 장르로 탄생한 소설이 그 중심적인 위치를 잡으면서 19세기의 후반에 접어들면 서서히 소설의 이론이 대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자신의 소설관을 피력하는 창작기법에 종속된 것으로 본격적인 의미에서 서술이론이라 불릴 수가 없다. 먼저 어떻게 사건을 서술하면 보다 사실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로 고심했던 스탕달이나 디킨스와 같은 사실주의적 작가들이 서술이론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사실주의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서 독자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대신, 독자가 직접 경험하듯이 상황과 사건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세기의 사실주의는”모사의 기법”으로서의 모방론과 “그 당시 사회를 정확히 반영하는 전형적 인물을 등장”시키는 전형론의 기법적 측면에서 보면 “극적인 서술”을 옹호했다고 말할 수 있다.
19세기적 사실주의 소설작법으로부터 20세기적 심리소설로 전향하는 하나의 접점과 같은 위치를 지닌 헨리 제임스(Henry James)는 심리묘사라든가, 시점(point of view)의 문제를 통하여 새로운 소설기법을 선보인다. 그는 기교면에서 사실적인 기법에다 성격묘사에 중점을 두었고 행동의 내면에 있는 동기를 해부하고 심리학적으로 혹은 병리학적으로 분석하여 소위 문학작품의 심리학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는데, 이 점을 “보여주기(showing; mimesis)”와 “말하기(telling; diegesis)”라는 변별적 개념을 사용함으로서 보다 분명하게 표현했다. 또한 제임스의 시점의 사용은 독자가 “사실과 같은 환상”의 강렬함을 얻기 위해 저자의 직접적인 개입을 가능한 자제하고 독자가 등장인물의 의식을 통해 느끼고, 바라보게 하기 위한 것이며, 사건을 의식하고 반영하는 인물을 “의식의 중심”, “지성의 중심”, “반영자”, “의식의 기록자”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제임스가 비간섭적 서술자(unintrusive narrator)를 가장 이상적인 서술자로 상정하면서 1인칭 서술자가 아닌 3인칭 서술자, 특히 자유간접화법(free indirect discourse: FID)을 옹호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제임스의 시점 논의는 소설 분석에 있어서 최초이자 이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20년대와 30년대까지 퍼시 러복(Percy Lubbock)은 “잘 만들어진 소설(well-made novel)”이라고 해서 기법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반면 포스터는 형식보다 내용의 측면에서 서사방법을 옹호했다. 러복은 『소설의 기교(The Craft of Fiction, 1921)』에서 스토리의 직접서술(말하기)과 간접서술(드러내기)에 관해 논하면서, 소설은 소설가가 그의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으로 생각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말한다. 제임스는 “알고 있는 사람(knower of the narrative story: 등장인물-반영자)”에게 시점의 의미를 부여하고, 러복은 “이야기의 서술자(teller of the tale)”에 시점의 의미를 부여하여 말하는 사람과 알고 있는 사람을 동시에 의미한다는 점이 다르다. 포스터( E. M. Forster)는 『소설의 양상(Aspects of the Novel, 1927)』에서 스토리, 인물, 플롯, 환타지, 예언, 패턴과 리듬 등 6개의 항목으로 소설에 흔히 쓰이는 미학장치를 소개하고 그들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보여준다. 그는 “스토리”를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배열된 사건의 서술이라 정의하면서, “플롯”을 이에 대응되게 인과성이 지배하는 사건의 서술이라 변별하였다. 그러므로 “왕이 죽고, 그 다음에 왕비가 죽었다.”는 사실은 스토리이나, “왕이 죽고, 그 다음에 이 슬픔을 못이긴 왕비도 죽었다.”는 사실은 플롯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인물묘사와 관련해서 “평면적(flat)” 인물과 “입체적(round)”인물로 대별하면서, 입체적인 인물묘사를 옹호한다. 평면적인 인물이란 일종의 호라티우스적인 유형의 인물인 셈인데, 하나의 단일한 관념이나 특성으로 간단히 환원되는 정적인 인물로 플롯이 전개되어도 변화가 없다. 반면 입체적 인물은 햄릿이나 폴스타프처럼 복잡다단한 성격과 사유, 행동의 소유자로 동적이며 변화가 많다.
부스(Wayne C. Booth)는 『소설의 수사학(The Rhetoric of Fiction, 1961)』에서 작가와 독자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바람직한 설명, 제시, 화자, 시점 등의 여러 가지 서술의 기법과 서술유형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서 부스는 소설의 기술은 본질적으로 설득적 내지 수사적이어서 어떤 형식이든 그 뒤에는 작가의 조정이 있고 독자는 그의 수사학에 의해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제임스 이래 작가의 퇴장을 위한 새로운 기법으로 발견된 시점비평의 지배원리에 수정을 가하려고 했다. 진짜 저자와 다른 “내포된 저자(implied author)”, 극화된 화자의 경우 보여주는 “저자와 화자의 거리”, 자의식적 화자, 믿을 수 있는 혹은 없는 화자 등 종래의 일인칭 서술과 삼인칭 서술이라는 이분법적 분류를 무너뜨리고 서사분석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가 정의하는 서술자는 실제 작가와 “내포된 작가”와도 확연하게 구분되는 개념이어서 중요하다.
지금까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와 디에게시스의 논쟁을 중심으로 화법, 장르 그리고 플롯의 문제를 소설의 이론으로 연장하여 1960년대까지 개진해왔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문학을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연구대상으로 삼았던 최초의 시도로써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후 시의 제작술과 소설창작과 같은 실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형식적 비평전통(혹은 시학)은 그 맥을 잊지 못하고 만다. 18세기의 소설장르의 생성은 소설창작이론에 활기를 가져오지만 역시 본격적인 서술이론으로 보기 힘들다. 그러나 러시아 형식주의와 프랑스 구조주의 그리고 영미의 신비평의 태동은 본격적인 서사학의 태동을 가져오게 된다.

3. 서사학(narratology)의 종언

20세기 전반부의 형식비평은 러시아 형식주의, 미국의 신비평, 그리고 프랑스 구조주의를 포함한다. 이들은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 작품에 다루어진 사회상, 작품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을 세밀히 분석하고 평가하는 문학론과는 달리 작품 자체의 형식적 요건들, 작품 각 부분들의 배열 관계 및 전체와의 관계를 분석, 평가하는 문학적 태도를 공유하고 있었다. 문학적 구조의 단위들은 언어의 구조와 일치하지 않지만, 문학은 언어의 본성과 특수한 성질들에 주목한다. 이와 같이 문학의 언어를 언어과학에 의하여 분석, 비교하는 방법론의 연장선상에서 서사학이 등장하게 된다. 즉, 서사학은 형식주의-구조주의-기호학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narratology의 어원은 narrat(서사, 이야기) + ology(학문적 연구)이므로 서사학은 “narrative의 학문적 연구” 혹은 “서사에 관한 담론이나 탐구, 이론”을 뜻한다. 서사학이란 구조주의 비평가 토도로프가 처음 사용한 용어인데, 프린스는 “서사 형식과 서사의 기능 및 그 작용에 관한 연구”로 정의하고 있다. 분명한 학문의 분야로서 서사학은 1960년대에서 1980년까지 거치는 구조주의의 토양에서 탄생했으며, 이 토양에 이정표처럼, 토도로프(Todorov), 쥬네트(Genette), 그레마스(Greimas), 바르트(Barthes), 프린스(Prince) 등과 같은 서사학 학자들이 있다. 이들의 서사학이란 서사물에 관한 구조주의적 탐구나 이론, 분석, 보다 엄밀하게 말해서 서사를 구성하거나 지배하는 구조의 탐구의 성격을 지닌다. 한마디로 텍스트의 기능이나 의미생성의 과정을 연구의 본령으로 삼고 있는 구조주의자들의 서사연구는 텍스트의 바탕에 깔린 텍스트 내적 기본구조나 일반적 원칙의 발견에 관심을 쏟는다.
구조주의적 서사학의 모태가 되었던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파블라(fabula; story; 이야기 재료)”, “수제(sjuzhet; plot; 플롯)”, 그리고 “낯설게 하기” 등 서술의 분석에 중요한 개념을 소개하였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파블라라고 부른 것은 “자연적 연대기적 순서에 종속된 사건 연쇄”를 말하고 수제는 “이 원료(파블라)를 텍스트 상에 재배치하는 기술적 가공”이다. 러시아 형식주의의 이 이분법적 개념은 앞장에서 살펴본 바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말한 “우연성”과 “개연성”의 개념을 넘어서려는 시도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우연성은 조직원칙으로서의 로고스(또는 플라톤의 “창조적 지성”) 의 침투를 받지 않은 질료의 영역이며 이 무질서한 질료를 “질서 있게 배열”하는 것이 그의 “플롯 짜기”이다. 이와는 달리 러시아 형식주의의 파블라는 역사 자체의 사실들과 유사하며, 항상 동일한 방향으로, 같은 속도의 빠르기로 진행하고, 수제에서의 사건의 속도는 제멋대로 변화할 수 있으며, 서술의 방향도 역전될 수가 있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보기에 “자연적이고 연대기적인 순서”의 파블라가 “인위적으로 재배열된 플롯”인 수제로 변화하는 양상에서 소설과 서사물의 예술적 기법이 가장 잘 나타난다고 보았던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쉬클로브스키는 문학성을 “낯설게 하기(defamiliaarization)” 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문학의 예술성은 비일상적인 관점이나 스타일, 플롯의 도입으로 낯설게 만드는 서사효과이다.
구조주의의 연구방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블라디미르 프롭은 민담의 분류와 유기적인 조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100개의 민담을 대상으로 공통된 구조인 항수(변화하지 않는 요소)와 변수(변화하는 요소)를 밝히고자 했다. 먼저 한 문장의 “주어”를 전형적인 인물들(주인공, 악당 등)에 대입하고, “술어”를 이런 이야기에서의 전형적인 행동에 대입해보면, 이야기의 세부 내용들은 다양하고 풍부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는 31가지의 “기능들(functions)”이라는 기본 단위로서, 서사을 구성하는 유의미한 행동을 나타낸다는 것이 프롭의 접근법이다. 여기서 하나의 기능은 서사적 “언어”의 기본 단위로서, 서사을 구성하는 유의미한 행동을 나타낸다. 이 기능은 “행동의 발전과정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의 관점에 따라 정의된 인물의 행동”으로 몇 개의 예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가족의 성원 가운데 한 사람이 부재중이다. 2. 주인공에게 금지의 말이 부과된 다. 3. 금지는 위반된다. 4. 악한은 정찰을 시도한다. ……. 30. 악한이 처벌된다. 31. 주인공이 결혼하고 왕위도 계승된다.”

프롭에 따르면, 모든 민담에는 한결같이 이러한 기능의 순차적인 나열을 발견할 수 있으며, 따라서 기능의 차원에서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서술한다. 이 31가지 기능에다 프롭은 인물과 관련해서 7개의 “행동 영역” 내지 역할(악당, 주인공 및 가짜 주인공, 제공자 및 조력자, 보내는 자, 추구 대상인 인물과 주변사람)을 추가한다. 이러한 프롭의 민담 연구 결과로, 플롯의 기능과 인물의 역할 사이의 연관성이 분명히 드러나게 되었다. 또한 프롭 이후의 서사 연구는 “낱낱으로 개별화되었거나 특수화한 서사의 구체적 실체로부터 서술되기 이전 상태의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형식”을 정리하여 이론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구조주의 인류학자 끌로드 레비-스트로스도 역시 다양한 신화 서술에서 공통된 기본구조를 찾아내려고 했다. 신화는 말로써 표현되는 것이기에 일차적으로 언어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분석하여야 한다. 소쉬르의 랑그(langue; 언어)와 파롤(parole; 언사) 양자의 관계는 하나가 의미하는 것으로 되풀이되는 시간에 속한다면, 다른 하나는 의미 당한 것이자 되풀이되지 않는다. 의미 당한 것은 개념이고 의미하는 것은 심리적 측면에서의 청각적 영상이다. 개념과 영상 즉 의미 당한 것과 의미하는 것이 통합되어 의미소인 의미표상이 형성된다. 그러나 신화는 이런 언어학의 이론으로 분석하였을 때 아무런 의미도 해독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의미하는 것과 의미 당한 것을 통합하여 한 차원 높인 의미표상을 다시 한 차원 높였을 때 신화의 의미가 해독된다. 그래서 이 언어의 의미표상을 한 차원 더 높인 대통합이자, 신화의 최소구성요소를 “신화소(mythemes)”라 부른다. 감추어져 설명되지 않는 신화의 요소를 찾는 방법은 한 신화 내에 표현된 것을 가능한 소단위의 문장으로 세분하고 이 단위들을 내용에 따라 분류하여 유사한 단위를 하나의 계열 속에 배열하여 신화소를 파악하면 감추어진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이때 소단위의 배열은 마치 교양곡의 악보를 연상케 하는 데 그것의 구조적 패턴을 밝히는 그의 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다양한 신화의 신화소가 다음과 같은 순서러 배열되어 있다고 하자. 1,2,4,7,7,2,3,4,6,8,1,4,5,7,8,1,2,5,7,3,4,5,6,8,……. 우리는 이것을 올바로 배열해 놓아야 한 다. 그렇다면 우리는 1을 한데 모으고, 2를 한데 모으고, 3을 한데 모아서 다음과 같이 정렬해 놓을 수 있다.
1 2 4 7 8
2 3 4 6 8
1 4 5 7 8
1 2 5 7
3 4 5 6 8 ”

위에서 빈 곳(공간)이 말하자면 문장의 표현되지 않은 부분이고 전체를 합하여 신화소를 구성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신화소를 분류하고 배열함으로써 그는 모든 신화에 공통적인 서술구조를 찾아낼 수 있었고 실제로 오이디푸스 신화를 분석한다. 그는 이 언어학 모델로 인간 정신의 기본구조, 다시 말해 인간의 온갖 제도, 구성물, 지식의 형태들의 형성 방식을 지배하는 구조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롭의 『민담 형태론』은 “한 상태에서 수정된 상태로의 변화(a change from one state to a modified state)”의 기술로 구조주의 서사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서사학에서 가장 핵심사항은 “사건” 또는 “상태의 변화”이다. 60년대 구조시학은 서사의 “내용” 층위에서 서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기술하고 전통시학의 플롯 개념 대신 구조론의 방법(선택관계, 배열관계 등의 언어학적 모델)으로 사건의 추상적 구조화 원칙을 재기술해보려는 작업이다. 서사물의 기본적인 형식이 행위와 사건의 연쇄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발전시켜나간 구조주의 서사학자로는 그레마스, 토도로프, 쥬네트를 들 수 있다. 그레마스가 의미론적 접근법을 보여주었다면 토도로프는 구문론적으로 서사의 문법을 탐구하였고, 쥬네트는 서술의 문채(figures)에 연구의 초점을 맞춘다.
A. J. 그레마스는 『의미에 관하여』에서 하나의 장르(민담)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프롭의 서사모델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서술에 문장 구조의 의미론적 분석을 가함으로써 이야기의 일반 “문법”을 확립하려 시도한다. 먼저 그는 프롭의 7가지 “행동영역” 대신에 6가지 역할(즉, 행위자[actants])을 3쌍의 이항 대립으로 제시하는데, 이 쌍들은 모든 서술에서 되풀이되는 다음의 세 가지 기본 유형을 나타낸다. 즉, ① 욕망, 탐색, 혹은 목표(주체/객체), ② 전달(송신자/수신자), ③ 보조적 도움 혹은 훼방(조력자/반대자)들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그는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의 연쇄를 설명하기 위해 우선 프롭의 31가지 기능을 21가지로 줄이고, 이를 다시 “계약적(contractual)” 구조, “수행적(performative)” 구조, “이접적(disjunctive)” 구조라는 세 가지 구조(결합체)로 묶는다. 예를 들어 계약적 구조는 계약이나 규칙의 수립/파기와 관련하여 ① 계약(혹은 금지) -> 위반 -> 징벌 및 ② 계약 없음(무질서) -> 계약 수립(질서)이라는 두 개의 서술구조 가운데 어느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실제 작품에서는 행위요소에 기능이 주어짐으로써 역할이 부여되고, 여기에 개인적 특징과 사회적 문화적 특징이 덧붙어지면 구체적인 작중인물과 사건의 서술이 형상화되는 것이다.
츠베탕 토도로프는 『구조시학 (Introduction to Poetics)』에서 시학(Poetics) 이란 “한 개별적인 문학 작품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문학 작품 전체에 스며 있는 어떤 내재적이고 추상적인 법칙들에 대한 연구”라고 정의한다.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 또는 로만 야콥슨적 용어이다. 토도로프의 『구조시학』의 경우에는 의미론적, 문체론적, 구문론적 관점 등의 연구가 문학 이론 전반(즉, 시, 희곡과 같은 장르와 전혀 관계가 없다)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서사학” 만을 다루고 있는 문학이론이다. 그에 의하면 언어의 구문론적 규칙인 행위자 및 서술의 규칙, 형용사적-동사적 기능, 법과 상 따위는 모두 서사로 위장되어 채천명된다. 그는『데카메론의 문법(Grammaire du Decameron, 1969)』에서 「데카메론」의 여러 이야기들이 동일 플롯을 반복한다는 것을 대수학의 공식으로 설명한다. 이야기의 최소 단위는 “명제(proposition)”이며, 그것의 “행위자(agent, 예컨데 사람)”이거나 “술어(predicate, 예컨데 행동)”들 중 하나이다. 따라서 한 이야기의 명제 구조는 가장 추상적-보편적 형태(예를 들면 X는 왕이다, X는 Y와 결혼한다, Y는 X의 어머니다, X는 Z를 죽인다, Z는 X의 아버지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와 이 명제들의 결합인 연쇄체(sequence)로 이루어진다. 연쇄체들은 끼워 넣기(이야기 속 이야기, 옆길로 빠지기 등등). 연결짓기(일련의 연쇄체들), 바꾸기(연쇄체들을 섞어 짜기) 등도 가능하고 아니면 이런 방식들을 혼합하는 방법과 같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다. 또한 그는 등장인물은 명사, 인물의 행동은 동사, 인물의 특징은 형용사라고 보았다. 결국 소설이란 명사(주어)와 동사(술어), 그리고 형용사(성격묘사)로 이루어진 문장이 확대된 형이고, 한편으로 명제인 문장들이 모여서 연쇄의 문단을 이루고, 이것이 확대되면 한편의 완성된 작품이 되는 것이다. 서사의 보편적 구문론을 수립하려는 토도로프의 시도는 과학적이고 객관적 확신에 차있지만 공식의 도출을 위한 극단적인 배제와 무시의 결과로 개별 텍스트의 특이성을 백안시하는 한계도 지닌다.
제라르 쥬네트는 『서사담론』에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해 연구하는 가운데 종래의 플롯 연구에서 벗어나 서사를 화자가 발화시킨 담론으로 보는 문채(figures)연구에 초점을 맞춘다. 쥬네트는 서술의 세 차원을 동사의 세 가지 성질에서 끌어낸 세 가지 상, 즉 <시제>, <법>, <태>와 연결시킨다. 먼저 그는 “스토리”와 “플롯”을 구분한 러시아 형식주의의 방식을 발전시켜 서사의 층위를 <스토리(histoire)>, <담론(recit)>, <서술(narration)>이라는 세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recit”는 완성되어 우리 손에 잡혀 있는 (소설) 텍스트를 말하고, “histoire”는 이 텍스트의 수많은 사실적이거나 허구적인 사건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narration”은 이러한 사건이 서술되는 행동, 다시 말해 서술행위로 설명할 수 있다. 쥬네트에 따르면, 소설이란 하나의 동사가 발전되고 확대된 형태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마르셀이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나중에 작가가 “되었다”로 이행하는 기나긴 동사 변천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동사의 상에 관한 문법적 개념을 가지고 서술문의 특징들을 충분히 설명할 수가 있다. 쥬네트가 서술물이 가진 시제(temps)와 법(mode), 태(voix)의 문제를 서술 분석의 전면으로 끌어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서사의 층위와 세 가지 문법적인 상과 더불어 주네트는 구조에 시간성을 개입시켜 역동적인 모델을 만든다. <지속성(duration)>은 서사에서 표출된 시간의 길이와 독자가 읽은 시간의 길이를 비교하는 방식이고, <순서(order)>는 회상과 예견, 생략 등 사건이 전개되는 순서를 살피는 방식이며, <빈도(frequency)>는 같은 사건이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가를 보는 방법이다. 쥬네트는 이 외에도 많은 용어를 만들어 내면서 서사학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다.
지금까지 서사학의 연구대상이 서사 그 자체, 곧 가시적이고 접촉 가능한 기호 조직체로서의 서사 텍스트임을 살펴보았다. 서사학자들의 서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구분해보면, 프롭, 레비-스트로스, 그레마스, 그리고 토도로프(『데카메론의 문법』)는 서사의 결과물인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어서 서사구조를 추적하는데 반하여, 쥬네트나 토도로프(『시학 서론』)는 서사가 생성하는 과정이나 서사활동에 주목하면서 서사물을 분석하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서사학이 서사의 구성요소, 조직문법, 제시의 양식에 대한 연구로 축소된 협소한 실증적 방법의 테두리 안에 묶여 있는 한 서사연구는 형식시학의 고질적인 문제인 정태주의, 유사 과학주의, 형식적 보편주의에 빠진다. 형식시학의 오랜 전통을 현대에 계승하고 있는 서사학은 사건, 인물, 구조와 조직, 제시기술 등 서사의 형식요소들과 조직 및 서사의 층위들에 대한 유용한 분석도구들을 개발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또한 형식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텍스트 내적 구성요소가 탐구의 대상이 되었던 좁은 의미의 서사연구인 서사학은 1980년대 이후의 포스트구조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서사학의 죽음 혹은 종언으로 치닫게 된다.

4. 서사(이)론(narrative theory)의 새지평: “post”시대의 새로운 정치성

1980년대 중반 이후로 구조주의의 냄새가 풍기는 서사학이라는 용어를 거부하면서, 대신 “서사이론”, 심지어 “서사성(narrativity)” 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게 된다. 서사학에서 서사이론으로의 “전화”는 구조주의에서 포스트구조주의로의 이행과 관련이 있다. 60년대가 구조주의[접미사 “-ism(이즘, 주의)”]의 시대였다면, 80년대는 접두사 “post”의 시대이다. 구조주의가 오로지 일관된 구조의 탐구에만 치중하였다면, “post”의 시대는 다양한 학제적인 “이론(theory)의 시대”이다. 또한 “포스트”로 시작하는 접두사는 의미소로 삼고 있는 이론과의 “관계성”을 통하여 의미생성이 가능하다. 따라서 포스트시대의 “이론”의 출발점은 구조주의이다. 역사적으로 구조주의는 68년 5월의 프랑스 학생운동의 좌절과 60년대 미국에서의 반문화 운동을 비롯한 월남전 반대운동, 민권운동, 여권운동 등 일종의 서구문명 비판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변모를 겪게 된다. 또한 “이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서구·백인·남성 중심의 “근대성(계몽)의 기획”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의 시도를 위한 노력과 관계가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배경으로 현대의 포스트서사이론(담론)들은 구조주의적 연구의 성과를 토대로 하는 서사학을 비판한다. 먼저 구조주의는 “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법칙화” 하기 때문에 체계의 안과 밖이 분명하게 확정되어야 한다. 서술문의 경우, 텍스트 내적인 체계가 확보되기 위해서는 텍스트 외적인 요인이 철저하게 배제되고, 텍스트 내적 요소 또한 구조로 환원되지 않으면 삭제해야만 하는 결과로서 “서사의 문법”이 탄생된다. 물질의 세계와 관련하여 과학이 그러했듯이 구조주의적 서사학은 경제성의 원칙에 따라 몇 개의 기본 서사법칙만을 적용하여 모든 서사현상을 설명하려는 태도를 견지하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복잡한 사회현상이 단순한 구조로 환원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모든 가능한 종류의 서사물에 대한 열린 탐구에 주목하는 서사이론이 부각된다.
그러면 서사학과 서사이론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혹은 이런 용어들의 구분이 서사연구의 대상과 방법의 차이를 엄밀히 규정할 수 있는가? 이것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하는 김종갑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로, 좁은 의미의 서술이론이 개별적인 텍스트를 무시하면서 텍스트 전체에 편중 되어 있었다면, 넓은 의미의 서술이론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텍스트에 관심을 기울 인다. …… 둘째로, 서술학이 서술물의 구조나 문법을 발견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면, 서술이론은 한편으로 그러한 구조나 문법의 유효성을 여전히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텍스트에서 그 구조와 문법이 해체되는 지점을 밝혀내려는 성향을 보여 준다. …… 셋째로, 서술학이 텍스트 내에, 그것도 밀폐된 텍스트 내에만 머물러 있었 다면, 서술이론은 텍스트 밖으로 나아가려는 성향을 가진다. 무엇보다도 구조주의적 와중에서 텍스트 안으로만 연구의 시선이 제한됨으로써 무시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 와 현실을 후기구조주의자들은 다시 논의의 지평선에서 복원시키려고 한다. ……”

서사학이 서사물의 “보편성”만을 추구하여 텍스트의 일반적 법칙을 규명하는데 성공적이긴 하였지만, 개별 텍스트의 특이성을 백안시함으로써 이 법칙이 개별 텍스트에 고스란히 적용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구조주의적 연구의 결핍을 보완하려는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초점전환은 당연히 “구조와 문법의 해체”로 이어진다. 그들에 의하면 텍스트는 구체적인 역사적·문화적 상황 속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서사이론이 무엇 하자는 이론인가?”에서 서사(이)론 옹호론을 피력하는 도정일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서사론은 인간이 만드는 모든 종류의 이야기를 포함한 광의의 서사현상에 관한 이론적 사유이고 그것을 연구하기 위한 방법이며 그것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교육적 안내이다. 이론, 연구, 교육이라는 세 갈래 관심의 종합으로부터 정의되는 이 종류의 “서사론”은 근년 서구 학계가 발전시켜온 “서사학(narratology)” 의 협애한 관심 영역과 대상 범위를 훨씬 넘어서서 서사의 동기, 구조, 기술, 효과에 관계된 의미 있고 의의 있는 사항들을 담론 대상으로 삼고, 이야기의 생산, 조직, 수 용의 세 차원에 개입하는 공시적 요소들과 통시적 세력들을 노출시켜 양자 협상을 모색해보려는 시도이다.”

이상의 내용에서 서사학과 서사(이)론의 변별적 차이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였지만, 그러나 서사학은 아직까지 서사(이)론으로 이름만 바꾸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사(이)론이 “무엇 하자”는 당위론을 펼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자”라는 방법론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80년대 전후에 소규모의 논문이 아닌 한 권의 책으로서 서사학을 다룬 사람으로 국내에 번역된 사람을 소개하면 Gerald Prince(Narratology: The Form and Function of Narrative, 1982), Mieke Bal(Narratology: Introduction to the Theory of Narrative, 1977), Susan Snaider Lanser(The Narrative Act: Point of View in Prose Fiction, 1981), F. K. Stanzel(Theorie des Erzahlens, 1982), Michael J. Toolan(Narrative: A Critical Linguistic Introduction, 1988), 그리고 Seymour Chatman(Story and Discourse: Narrative Structure in Fiction and Film, 1978) 등이 있다. 이들은 방법론의 측면에서 서사물의 특징을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텍스트 내적인 층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서사이론의 발전 방향에 전환점을 가져오는 계기는 후기 바르트에 의해서이다. 전기 바르트는 「서사의 구조분석 입문(“Introduction to the structural analysis of narrative”)」에서 토도로프 등에 못지 않게 언어와 서사물 사이의 상동성을 강조하지만, 후기 바르트는 『S/Z』에서 텍스트의 유형론으로 “읽히는(readerly)” 텍스트와 “써야 할(writerly)” 텍스트를 구분하면서 독서의 이론을 주장한다. 물론 바르트는 “써야 할” 텍스트에 역점을 두는데, 그것은 독자의 능동적인 글쓰기를 요구하는 “저자적” 텍스트를 의미한다. 종래의 리얼리즘 독자들이 수동적인 위치에서 <읽는> 기쁨을 누리었음에 비해 바르트의 텍스트는 끝없이 <쓰는> 기쁨을 누리는 생산자로서의 독자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텍스트는 약호들로 짜여진 직조물이거나 그물망”이고, 쓰는 주체인 독자는 텍스트를 자의적으로 “독서 단위들”(다섯 가지 약호: 행위, 의미, 해석, 상징, 지시)로 분할할 수 있다. 여기서 독서 단위(lexias)는 서사의 구조 내에 각인된 항수가 아니라 전적으로 독자의 독서에 달린 문제인 것이 중요하다. 말하자면 독자의 독서를 통해서 텍스트가 생산된다는 의미이다. 바르트는 독자와 독서의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참여의 문제를 주장할 뿐만 아니라, 또한 서사논의에서 본격적인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거론한다. 즉, 문학 텍스트는 일어난 사건의 투명한 서술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실타래로 짜여진 이데올로기적 구조물이다. 이와 같이 바르트는 “독자 & 독서의 문제”와 “이데올로기의 문제”라는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서사이론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다.
이전의 구조주의 서사학은 텍스트의 의미를 자연물처럼 “객관적으로 주어진 대상”으로 보았다. 그러나 포스트구조주의자들에 의하면, 기호의 집합체인 텍스트의 해석과정은 “독자와 텍스트의 상호작용에 의한 독서행위”이다. 이는 텍스트가 의미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행위가 텍스트의 의미와 구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때 독서행위는 전적으로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활동이 아니라 “문맥”, 즉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지배를 받는다. 장르의 해체와 인문학 통합의 학제적인 성격을 띠는 “포스트 시대”에 일견 문학과 무관해 보이는 역사나 사회학, 정치학, 정신분석과 같은 학문 분야들이 현대의 서사연구의 중심에 위치하기 시작한 배경의 연원은 여기에 기원한다. 한마디로 1990년대 이후의 “3포스트” 시대(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식민주의)에 문학적 담론은 맑스주의, 해체주의, 신역사주의, 페미니즘, 정신분석 등이 한꺼번에 혼재하는 혼합이론의 양상을 띠고 있다. 따라서 현대의 서사이론은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수용하면서 텍스트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각으로 그 “열린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크 커리가 현대 서사이론의 특징을 다양화, 해체, 정치화들로 들고 있는 것은 타당하다. 앞서 “3포스트” 시대의 에피스테메(episteme)가 다양성임을 살펴본바 있다. 이것은 탈근대적 상황에서 근대의 이상이었던 “거대서사(grand-narrative)”는 더 이상 무의미하며 효력을 상실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근대의 획일적인 거대한 과학적 상동성(homology)은 부정되고, 극히 조그마한 법칙과 양식이 창출된다. 리오타르는 “탈근대가 추구하는 지식이나 진리는 권위와 통제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런 다양성의 모델에서는 다성성(poliphony; heteroglossia)을 중시하며 사회와 텍스트의 대화적 관계에 유의하는 바흐친의 “대화이론(dialogism)”이나, 크리스테바의 “상호(간)텍스트성” 등이 주목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해체는 하나의 텍스트가 그 자체의 구조, 통일성, 결정적 의미를 확정할 수 있는 적절한 토대들을 그 텍스트 속에 전개되는 언어 체계 속에 갖고 있다는 절대적 주장을 뒤엎고 나온 텍스트 해독에 관한 한 연구 방법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구조주의 서사학이 포스트구조주의 서사(이)론으로 교체되는 배경이 바로 “구조”의 해체임을 앞서 살펴본 바 있다. 해체적 모델에서는 종래의 형이상학적 개념을 해체하려는 데리다를 중심으로 폴 드 만, 라캉, 그리고 푸코 등이 중요한 이론가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성은 현대 서사이론 전체의 중심화두이다. 전통적으로 정치성을 담지해온 이론으로는 “노동자 계급”의 해방을 촉구하는 맑시즘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정체를 폭로하는 페미니즘 그리고 “인종차별”에 항거하는 흑인문학 등이었다. 과거 성·계급·인종의 문제와 관련된 정치적 개입(혁명, 해방, 운동)의 문제는 오늘날 그 문제적 성격이 담론의 장으로 제한되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현대(서사)이론이 과거 이론들의 진리주장을 전복할 때 사용하는 지배적 전술은 진리주장의 오류 논박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권력-진리의 연정이며 수사적 구성체이고 역사적 구성물인가를 드러냄으로써이다. 다시 말해 오류 지적의 발생지점은 특정 진리체계가 보편진리의 이름으로 자신의 역사성-이데올로기성을 위장하거나 은폐하고 있는 부분에서임을 알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 이러한 서사이론(담론)의 정치성을 토대로 오늘날 탈식민주의, 신역사주의, 생태주의, 그리고 문화연구 등과 같은 영역에서 “소수문화의 정치성(PC운동)” 이 활발하게 토의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5. 나가며: 새로운 텍스트학의 시학을 위하여
지금까지 현대서사연구를 문학의 전통에서 “플롯”과 “소설의 시점”을 먼저 약술하였고, 이어서 서사학과 서사연구의 차이점을 규명해보았다. 구조주의적 서사학이 그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추상적 유형론이나 서사 가능성의 문법에 치중해 왔다는 비판을 떨치기가 어렵다. “포스트”시대의 산물인 서사연구는 이야기하기의 서사학을 넘어서서 서술하기의 연구(theory of narration) 로 우회하면서 문학이론이 서사이론의 한 가지(枝)가 되는 현상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서사이론은 그 범위가 확대되어 다른 학문과 손을 잡는 학제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한마디로 구조주의적 서사학이 내재적인 접근법을 보여주었다면, 포스트시대의 서사이론은 다분히 외재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제 서사이론은 텍스트학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문학이론의 협소한 영역을 탈피하고, 장르를 넘나 다니는, 그러다 궁극적으로는 인문·사회·자연과학이 합쳐지는 한 지점에서 통합학문의 구조화로서 자리잡는다. 또한 서사에 대한 논의에 사회나 역사, 이데올로기 등의 문제가 관여되면서 “정치성”의 문제를 이론(담론)의 영역으로 가져오게 된다. 포스트시대의 이론(담론)적 실천은 “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론의 정치성은 “사변성”을 통하여 허구성, 구성성, 정치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론(담론)의 정치성이 가져오는 실천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삶을 도외시한 텍스트의 실천 또는 “해방적 이데올로기” 혹은 “해방적 이론(담론)”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서사이론이 문학의 영역을 벗어나서 다른 학문의 영역에 종속하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우리가 다시 한 번 플라톤이 이상국가에서 시인을 추방하여야 한다는 독설을 꼼꼼히 되새겨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 이후 무수히 많은 문학옹호론(방어론)이 필요로 했던 배경을 무엇 때문인가? 문학은 문학 그 자체로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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