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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진성(逼眞性:VERISIMILITUDE) -베리 시밀리스(veri similis, ‘진실 같은’), 실물감(lifelikeness)

현실 같은 소설이 있고 소설같은 현실이 있다. 핍진성이란 현실과의 일체감, 즉 사실적 실감을 뜻하지만 현실과 꼭 같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오히려 실제 있었던 일이 핍진성이 약할 수도 있고 허구적 소설이 더욱 현실감 있게 느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핍진성에 대한 개념은 비단 문학을 창작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비평과 치료적 응용에도 매우 중요하다. 핍진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먼저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핍진성(逼眞性:VERISIMILITUDE)의 사전적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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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구 베리 시밀리스(veri similis, ‘진실 같은’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핍진성은 실물감(lifelikeness), 즉 텍스트가 행위, 인물, 언어 및 그 밖의 요소들을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이다. 이 용어는 때때로 리얼리즘과 동의어로 쓰인다. 하지만 보다 많은 경우 텍스트 외부의 현실에 대해서가 아니라 텍스트가 스스로 정립하거나 그 텍스트의 장르 안에 존재하는 현실에 대해서 얼마나 진실한가를 가리킨다. 바꿔 말해 초자연적 요소 내지 공상적 요소를 함유하고 있는 설화도 그 나름대로 정립한 현실에 합치되는 한 고도의 핍진성을 가질 수 있다. 프랑스 비평가들은 평범한 핍진성과 비범한 핍진성을 구별한다. 전자는 인물과 사건이 얼마나 인식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이 있는가를 가리키는 반면 후자는 경이, 초자연주의, 혹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장치의 신 deus ex machina: 소설이나 극 등에서, 일어날 수 없을 듯한 일을 갑자기 일어나게 하여 난국이 금방 해결되게 만드는 것.)의 사용을 가리킨다. REALISM, VRAISEM-BLANCE도 참조.(비평용어사전에서 인용)

2. 오탁번, 이남호의 설명

사전적 정의를 참고하면서 오탁번, 이남호의 [서사문학의 이해]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을 요약발췌한다.

개연성이 주로 플롯상의 그럴듯함을 가리킨다면, 핍진성(逼眞性:VERISIMILITUDE)은 서사의 여러측면에서 그 서사가 실제 현실과 흡사한 느낌을 주는 것을 뜻한다. 사실 개연성과 핍진성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개연성은 아리스토 텔레스 이후, 플롯과 관련하여 널리 쓰인 개념이며, 핍진성은 구조주의 이론가인 제라르 쥬네트가 서사물에 요구되는 사실적인 신빙성을 지칭하게 위해 고안한 개념이다.

허구적 서사물은 일반적으로 ‘그럴듯하고’ 또 ‘있음직한’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소설과 같은 허구적 서사물에서 리얼리티를 기대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서사습관이다. 핍진성은 실제 현실과의 일체감에서 비롯된다. 사실은 거짓말 같을 때 흥미롭고, 허구는 참말 같을 때 흥미롭다. 우리는 소설과 같은 허구적 서사물에서 리얼리티를 기대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서사습관이다. 핍진성은 실제 현실과의 일체감에서 비롯된다. 어떤 작품에 핍진성이 결여되어 있을 때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다. 물론 <날아라 슈퍼보드>와 같은 만화 영화는 배경설정과 이야기 내용이 핍진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것 또한 만화영화가 갖는 서사적 관습의 일종이며 그렇다고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성격 자체마저 핍진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3. 핍진성 높이기 위한 전략

1) 세부묘사를 통한 핍진성 확보- 작가가 마치 사물을 보고 있는 것처럼, 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자세히 묘사하는 것을 통해서 핍진성을 확보할 수 있다.

2) 동기화(motivation)를 통한 핍진성 확보– 동기화는 한 편의 이야기가 보다 그럴듯하고 흥미진진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이야기의 요소들, 보다 좁은 의미로는 작품의 주제를 결정하는 데 기여하는 모티프들의 도입을 정당화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달리 말해 동기화는 그럴 듯하지 않은 요소를 그럴 듯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황순원의 <별>의 후반에 아이가 당나귀를 타고 소리를 지르다가 일부러 당나귀 등에서 떨어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는 스스로 다치기를 원하는 것이다. 보통 아이는 당나귀 등에 올라 당나귀가 날뛰게 만들고 또 스스로 다칠려고 당나귀 등에서 떨어지는 그런 행위를 독립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핍진성이 없는 행위이다. 그러나 소설의 다른 부분들과의 상관성 속에서 동기화되었기 때문에 아이의 행위는 핍진성을 획득한다. 우선 아이는 누이에 대한 애증 때문에 당나귀에 올라타 고함을 치다가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 그리고 누이가 죽었다. 이러한 모티프들이 아이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3. 문화적 관습에 의한 핍진성 확보 – 사실적 실감이란 문화적 관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핍진성은 현실과 얼마나 동일한가라는 객관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 우리가 지닌 관습에 의해서 판단된다. 가령 주술의 힘을 당연한 것으로 믿는 문화권에서는 주술에 의한 치병 이야기는 핍진성을 갖는다. 그러나 주술의 힘을 믿지 않는 문명에서 같은 이야기라도 핍진성이 없게 느껴질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수용자가 속한 문화적 관습적 문맥 안에서 핍진성의 정도가 정해지는 것이다.

4. 문학적 관습에 의한 핍진성 확보- 한편 핍진성은 문학적 관습에 의해서 정해지기도 한다. 이문구의 소설들을 보면, 충청도 사투리가 풍부하게 구사된다. 이러한 서사전략은 이문구의 소설속의 대화가 매우 사실적으로 느껴지게하는데 한 몫을 한다.

5. 주제의 보편성에 의한 핍진성-소설은 곧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말이 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 유형, 그들의 갈등, 문제 등등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독자는 핍진성을 느끼게 된다. 특히 등장 인물에 대해서 느끼는 동일시와 감정적 동일시인 카타르시스 등은 문학작품을 통한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기도 하다.

  • 참고 문헌: 오탁번, 이남호(1999). 서사문학의 이해. 서울:고려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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