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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언어 – 숙취, 취기

[esc 매거진] 따루주모의 술타령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한국에 살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은 ‘이렇게 술을 사랑하는 대한민국인데 왜 숙취를 뜻하는 표현이 별로 없는 걸까’였다.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이 술 마신 다음날이 그다지 괴롭지 않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전날 함께 마신 친구들 모두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하고 구토하는 것을 보면 술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공평하다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그냥 술을 먹어서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쓰리다고 하면 된다고 하는데 너무 재미없는 표현인 것 같다. 물론 숙취라는 단어가 있긴 한데 의학용어 같은 느낌이다.

반면에 핀란드어에는 다음날 아침의 괴로움을 의미하는 표현이 수없이 많다. Kankkunen(칸쿠넨), krapula(크라풀라), darra(다라), kanuuna(카누나), kohmelo(코흐멜로)와 jys<00E4>ri(이위세리)가 그중 대표적이다. ‘나는 끔찍한 칸쿠넨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 ‘오늘 이위세리가 끝내주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코흐멜로는 얼음처럼 동작이 느리고 멍하다는 느낌이 있고, 이위세리는 머리 깨진다는 느낌을 전달해준다.

Morkkis(모르키스)는 ‘윤리적 숙취’를 의미하는데, 즉 술에 취했을 때 실수한 것을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뜻이다. 우울한 기분을 동반하는, 특히 어렸을 때 많이 들었다. 아버지가 어쩌다 한번 술을 드시고 이튿날 괴로워하시면 어머니는 항상 내게 아버지가 모르키스를 앓고 있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술을 마시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모르키스는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술을 마시고 다음날이 우울해지는 생물학적 이유가 있다. 에탄올은 ‘트립토판’(세로토닌을 만드는 필수아미노산) 생성을 방해하는 효소의 생산을 촉진한다. 따라서 잦은 알코올 섭취는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숙취도 숙취지만 술에 취했다는 어휘도 굉장히 발달해 있다. 한 핀란드어 학자에 의하면 ‘곤드레만드레 취했다’는 표현이 약 500개 된다고 한다. 그중에 재미있는 것은 ‘엉덩이를 어깨 위로 끌어올린다’는 표현인데 코가 비뚤어지도록 많이 마신다는 말이다. ‘우리 오늘 엉덩이를 어깨 위로 끌어올리자’고 하면 한잔 진하게 마시자는 말이다. 술에 취한 사람을 보고 ‘볼에 코딱지가 붙었다’는 말을 자주 쓴다. 취객들은 새로운 말을 계속 만들어내기도 한다.

찾다보니 한국어에도 취기와 관련한 표현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걸 알았다. 골뱅이 되었다, 꼴았다, 꽐라 되었다, 개가 되었다 등이다. 핀란드식으로 표현하자면 사랑하는 아이는 별명이 많다. 즉 어떤 문화에서 중요한 것일수록 그것과 관련한 말이 많다는 이야기다. 숙취를 뜻하는 좋은 표현을 아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길 바란다.

따루주모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http://www.hani.co.kr/arti/SERIES/422/5810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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