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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가능성 – 새로운 인간학의 창조

아이러니한 유머, 합리적 추리, 인간적인 진실……
인간의 욕망을 해부한 철학적 추리소설! 

현대 전형성을 두루 갖춘 21세기 추리소설
이탈리아 현대 문학의 ‘스타’이자 세계 각국에 팬클럽이 결성되어 있을 정도로 ‘컬트적’ 숭배를 받고 있는 세계적인 추리소설가 안드레아 카밀레리의 작품 ‘물의 형태’와 ‘바이올린 소리’가 동시 출간되었다. 이탈리아를 비롯하여 유럽에서만 수천만 부가 판매된 그의 소설은 전 세계 30여 개국의 주요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이미 정평이 나 있으며 이 분야에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한 몇 안 되는 현대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본 작품들을 포함하여 7부작으로 구성된 ‘몬탈바노 시리즈’는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유럽 전역에서 대단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작가 카밀레리는 그동안 근대 추리소설에 등장했던 고루한 탐정 캐릭터에서 탈피하여 궁벽한 시칠리아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활약하는 미식가 형사 ‘몬탈바노’라는 현대의 전형성을 두루 갖춘 새로운 탐정 유형을 탄생시켰다. 특별해 보이지만 친숙한 느낌을 주는 보편적인 캐릭터를 통해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현대의 단면을 포착했다. 물욕과 명예욕 등의 욕망의 거적을 입은 인물 군상을 형상화하여 현대인의 자화상을 작품 속에 투영시켰다. 게다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그만의 문체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문장 구사와 숨 돌릴 틈도 없는 장면 전환, 빠른 전개의 내러티브! 그 이면에 도도하게 흐르는 인간의 욕망……. 사실 카밀레리는 인간의 심리를 해부하고 그것을 써내려감으로써 전혀 다른 추리소설의 모형을 창조해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동시 출간된 두 추리소설 ‘물의 형태’ ‘ 이올린 소리’ 현대성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21세기 추리소설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추리소설의 가능성 – 새로운 인간학의 창조
전 지구화의 영향은 문화.예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우리가 쉽게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외국 드라마나 시리즈물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 마니아층들의 ‘볼거리’에 불과했다. 어릴 때부터 서구식 문화에 노출된 세대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분위기에 부응하여 이런 마이너 문화가 가진 국지성의 경계를 넓힘으로써 대중화 ? 일반화의 양상에 어느 정도 일조했다. TV 방영물 역시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여러 찬거리들처럼 이미 다국적화되었다. 이런 원인 외에도 소위 미드, 일드라 일컫는 외화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그 전에 우리 문화권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소재와 영역의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처음엔 이런 것들이 이물스럽게 느껴지다가도 오히려 그 신선함 때문에 그 이질성들이 무마되어 큰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곤 했다. 처음에는 이런 외화들의 안겨주는 새로운 소재들과 빠른 전개 등이 현대 사회 수용자들의 특성과 맞물려 그들의 이목을 끄는 데 주효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면에 있는 천편일률적인 무언가가 감지되고 있었다. 그것은 이런 것들이 픽션임을 감안하더라도 작품 속에 현 시대성이 적나라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때때로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도하는 사건을 접하면서 어느 경우에는 사실과 허구, 그 경계의 모호한 지점에 있는 착각에 빠지는 이유는 이제는 픽션의 소재조차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이 되어버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이렇듯 현대성을 바탕으로 한 카밀레리 추리소설의 특징과 주제는 ‘욕망의 해부’에 있다. 마치 중세의 7가지 대죄(大罪)를 하나하나 다루고 있는 듯한 그의 7부 연작 추리소설은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이 얼마나 부질없는가 하는 철학적 주제를 추리소설이라는 대중적 장르에 성공적으로 접목시켰다. 따라서 ‘철학적 추리 소설’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은 스릴러물이나 과학수사물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인간학’을 창조하고 있다. 향토적 색채가 짙기로 유명한 그의 소설이 전 세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그가 전형적인 근대 추리소설의 탄생지인 유럽에서 하나의 새로운 길을 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형태’와 ‘소리’없는 욕망의 이중주 
두 소설의 제목 ‘물의 형태’와 ‘바이올린 소리’는 욕망의 실체에 대한 일종의 복선으로 읽힌다. 틀에 따라 얼마든지 그 모양의 변형이 가능한 무정형의 욕망. 마치 무한증식이 가능한 개체처럼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의 의식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인간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감지하기 힘든 자기 내부의 욕망을 작가 카밀레리는 끄집어 보여주고 있다. 우리 각자의 ‘물’은 어떤 모양으로 고여 있는가? ‘물의 형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때 비로소 ‘물’을 담고 있었던 현재의 자기 모습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어쩌면 그의 작품은 ‘욕망의 형태론’에 관한 소설적 논문일 수도 있다. 카밀레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치 내부의 욕망을 청음해보라는 듯이 그 ‘소리’도 함께 들려주고 있다. 주의해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분간하기 힘든 ‘음계’들과 겉으로만 듣기 좋은 선율들이 무엇인지 작품 속 한 문장 한 문장을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그려놓았다. 이처럼 두 편의 추리소설은 욕망을 가시화하고 소리화하여 공감각적으로 욕망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사물과 세계를 인식하는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있다.

안드레아 카밀레리 (지은이) | 김현철 (옮긴이) | 새물결 | 2009-09-16 | 원제 La Voce del Violino (1997년)

이탈리아 현대 문학의 스타이자 세계 각국에 팬클럽이 결성되어 있을 정도로 컬트적 숭배를 받고 있는 세계적인 추리소설가 안드레아 카밀레리의 작품. 7부작으로 구성된 ‘몬탈바노 시리즈’로,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유럽 전역에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물질 지상주의 시대 속 물욕의 소용돌이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물상화 세계를 살고 있는 인간상을 그린다.몬탈바노 경위는 한적한 시골길을 과속으로 운전하다가 어느 집 앞에 주자되어 있는 차와 접촉 사고를 낸 후 메모를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지만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메모가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뭔가 수상한 기운을 느껴 집에 잠입해보니 거기엔 한 여인의 사체가 있었다. 몬탈바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건을 접수시키고 사건을 조사한다.

피살자가 소유하고 있던 바이올린과 그녀의 내연남, 그리고 공교롭게도 몬탈바노의 부탁으로 사건 신고를 대신한 지인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은퇴한 바이올린 거장. 이들과 살인 사건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이 서서히 드러난다. 물욕에 물들어 사는 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 수밖에 없는지 삶의 부조리한 면들을 소설 곳곳에서 보여준다.

 최근작 : <물의 형태>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
시칠리아 생인 그는 1944년부터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면서 시와 단편소설 등을 발표했다. 1948~1950년에는 실비오 다미코 연극예술 아카데미에서 무대와 영화연출을 공부했으며, 연출과 극작가로서 피란델로와 베케트의 희곡 연출 및 이탈리아 국영 방송을 비롯한 여러 TV 방송국과 작업했다. 1977년에 연극예술 아카데미로 돌아와 20년 동안 영화연출 과정의 학과장을 역임했고, 이 기간 동안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하여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몬탈바노 경위가 주인공인 이 시리즈는 1994년에 첫 권이 출간되었고, 2003년에는 카밀레리의 고향 엠페도클레의 공식 명칭이 이 소설의 배경인 비가타의 이름을 따 ‘엠페도클레 비가타’로 바뀔 정도로 대단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현재 로마에 거주하며 집필과 동시에 TV와 영화연출에도 참여하고 있다.
안드레아 카밀레리 (지은이) | 음경훈 (옮긴이) | 새물결 | 2009-09-16 | 원제 La Forma dell’ Acqua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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