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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내게 알려주지 않는 것들

페이스북이 내게 알려주지 않는 것들

1. 왜 내게 겸손하라고 알려주지 않았을까. 페북 세계는 무량하고 고수는 곳곳에 허름한 둥지를 틀고 아닌듯 숨어 있다. 숨길 수 없이 빛나는 지혜로운 광채를 숨기려 애쓰고 있다. 내 죽기 전에 그 아우라에 다 들지 못하는 것이 서럽고 내 눈이 흐려 다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애통할 뿐이다.

2. 왜 내게 아량을 가지라고 알려주지 않았을까. 지식의 저주를 받은 사람들이 페북에 산다. 모든 훌륭한 국어선생님들께서 하나같이 분명하게 수차례 우리에게 알려줬다. “제시된 지문을 눈으로 찬찬히 읽어라. 네 뇌가 지 마음대로 읽게 하지 말고 글쓴이가 쓴대로 그대로만 읽어라. 그러면 모든 답이 그 안에 다 있다.” 문맥을 무시하고, 지 맘대로 엉뚱하게 오독해서 오해를 하는, 자신이 정한 프레임과 프로그래밍된 정보 안에서만 받아들이고 해석하려드는, 그래서 스스로 조작하고, ‘지식의 저주’로부터 조정 받는 사람들이 많으니 너그럽게 이해하라고 왜 알려주지 않았을까.

3. 왜 내게 폭탄을 조심하라고 알려주지 않았을까. 오직 이분법에 매몰된 눈으로만 세상사와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 무슨무슨 관과 이념과 학으로 철갑을 두른듯 무장해 종내에는 목과 팔다리가 경직돼 심장박동과 따뜻한 혈액의 순환마저 굳어가는 사람들, 어떻게든 기준을 만들어 모든 것을 줄 세우고 서열을 정하고 비교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정의 내리고 개념화하기 좋아하고 종내에는 그 추상의 울타리에 갇혀 홀로 소통하는 인문병신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지뢰를 조심하라고 왜 알려주지 않았을까.

4. 왜 내게 사채업자를 가까이 하지 마라고 경고해주지 않았을까. SNS 속에서 신청과 수락의 과정만으로 진짜 친구가 됐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건 지나친 욕망이다. 친구가 되려면 오랜 시간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허위 욕망에게 속는 것이다. 친구가 되려면 현실세계와 같은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가상계에서 상처받지 마시라. 자신이 관망자로 남아 이 페북세계를 염탐할 것인지, 좋은 글에 열렬히 호응하며 구독자로 존재할 것인지, 강호에 자신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주유하면서 진정한 벗을 찾아다닐 것인지, 각자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면 된다. 사채업자처럼 내가 좋아요 한 번 눌렀으니 너도 그리해야 하고, 나는 댓글 다는데 너는 왜 이자도 갚지 않느냐고 아날로그 감성으로 접근하면 나만 상처받는다. 그러니 페북의 사채업자가 되지도 말고, 그런 자를 경계해야 페북 생활이 즐겁고 부담 없다.

5. 페북은 왜 여기는 성인군자를 배출하는 사관학교가 아니란 걸 말해주지 않았을까.

자신의 대문에다 경고장을 써붙인 분들이 있다. ‘하루에 포스팅 몇 개씩 올려서 내 타임라인을 어지럽히지 마라. 할 일이 그리 없느냐, 제발 음식 사진 좀 올리지 마라. 종교 선전 좀 그만해라, 극락에 가야할지 천국에 가야할지 갈피를 못잡겠다. 나는 한나라당 사람들과는 말을 섞지 않겠다.’ 등등 내 경고를 듣지 않으면 차단하겠다고 겁을 준다. 그러지 마시라. 페북계는 성인군자들만 노는 곳도 아니고 편 갈라 끼리끼리 모이는 곳도 아니다. 그건 그 수많은 동창회 모임과 향후회, 전우회 모임으로 해결해라. 여기는 각자 자기 방식대로 자유롭게 노는 곳인데 친구로 받아들였다고 이래라 저래라 유세 떨고 강요하는 건 찌질이나 하는 짓이라고 페북 헌장에 나와 있다.

‘간섭하지 말고 싫으면 니가 니 페북에서 니 손으로 깔끔하게 정리해라. 친구는 너 말고도 수 없이 많다. 니가 그렇게 정리 한다고 친구들의 삶이 엉망이 되거나 슬퍼하지 않으니 미안해 하지 말고 니가 주체가 되어 행하라.’ 이것이 가상세계 페북의 ‘따로또같이’ 정신이다.

6. 페북은 전혀 나쁘지 않다. 오직 나쁜 사람들이 나쁠 뿐이다. 그러니 페북을 숭배하지 말고 장난감처럼 페북을 가지고 놀아라. 이 말을 어떻게 주인인 사람들에게 도구인 페북이 지 입으로 말하겠는가.

간혹 친구들이 쪽지로 상담을 해온다. ‘비방하고 모욕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는데 화가나 미치겠어요. 어떻게 해요?’ ‘지들끼리 내 뒷담화까고 왕따시키는 거 같아요.’ ‘점잖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수작을 걸어오네요.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친구도 몇 명 안 되는데 차단하자니 가슴 아프고 망설여져요.’
내 대답은 한결같다. 망설이지 말고 그냥 마음가는대로, 정신건강에 이로운 쪽으로 편하게 하라. 왜 못된 놈들 때문에 당신이 페북을 떠나겠다고 상처받는가. 페북은 생각보다 정교하다. 친구를 끊는 방법도 있고, 아예 어느 타임라인에서건 그나 내가 전혀 만나거나 글을 볼 수 없는 강력한 ‘차단’ 기능도 있다. 혹 오해했다면 차단을 해제하는 기능도 있다. 또 내 글을 사사롭게 몇몇에게만 보이고 싶다면 친구 관계의 깊음과 엺음을 조절하는 친구 범위 기능도 있고, 친구들이 내가 올린 글을 싫어할 때 ‘나만보기’ 기능으로 전환해 둘 수도 있다. 내가 올린 글들을 잘 보관했다가 돌려달라고 하면 한꺼번에 돌려주는 기능도 있다. 페이스북을 믿고 재미있게 놀아라. 사용자가 현명하게 활용해야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만든 기능들이 유용하게 빛을 발할 것이다.

7. 페북은 로또와 같다. 우리의 운명이 바꿀 수도 있다. 이것은 페북이 절대 밝힐 수 없는 탑시크릿이다.

우리는 안다. 우리 하나 하나는 이름없는 잡풀 한 포기에 불과하지만 떼지어 꽃을 피워내 들판을 덮고 나라의 산천을 울긋불긋 뒤덮으면 봄이 되게도 할 수 있고, 가을에 진입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중지성의 힘이 사회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권력자들은 숨기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페북생활을 통해서 우리의 공감 능력과 지적 능력, 그리고 미적 수준은 끊임없이 자극 받고 계발 돼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페북은 알고 있지만 이를 발설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권력을 쥔 자들이 잡초 같은 우리가 똑똑해지는 걸 그냥 보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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