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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그림 이야기- 옛그림의 인문학적 독법

 이야기 그림 이야기- 옛그림의 인문학적 독법

이종수 (지은이) | 돌베개 | 2010-07-05

 

프롤로그 이야기 그림을 읽다

제1장 펼쳐가며 읽는 그림, 권

아름다운 출발
전 고개지顧愷之, 〈낙신부도〉洛神賦圖
꿈이었을까, 적벽의 하루도, 그날의 이야기들도
교중상喬仲常, 〈후적벽부도〉後赤壁賦圖

제2장 걸어놓고 음미하는 그림, 축

순간적인 것의 아름다움, 혹은 그 아쉬움에 대하여
구영仇英, 〈춘야연도리원도〉春夜宴桃李園圖
도원에 이르는 세 갈래 길
장대천張大千, 〈도원도〉桃源圖

제3장 둘러두고 감상하는 그림, 병풍

이야기를 빌려 산수를 그리다
정선鄭敾, 〈귀거래도〉歸去來圖 8폭병
별들, 서원에 모이다
김홍도金弘道,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 6폭병

제4장 읽으면서 쉬어가는 그림, 삽화

이야기와 그림, 그리고 시장의 만남
진홍수陳洪綬, 『장심지정북서상비본』張深之正北西廂秘本 삽화
새로운 텍스트는 새롭게 읽어야 한다
구사㈊沙·왕위군王偉君, 『노신 논문·잡문 160도』魯迅論文·雜文160圖 중에서

동양화 읽기에 대한 단상

미술이라면 변변히 배운 것도, 아는 것도 없는 사람이 미술사에 얽힌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을까? 흥밋거리로? 지식을 쌓기 위해서? 물론이다. 흥밋거리로든 지식을 쌓기 위해서든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미술의 역사는 참으로 많은 것을 일깨운다. 미술은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온 창조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세대를 중첩하여 향유되고 유포되고 재창조되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왔다. 곧 인류의 문화사를 밝힌 인문학의 분야인 미술사를 접하는 일은 폭넓은 교양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통찰하려는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동양미술이라니, 어쩐지 쉬울 것 같지 않다.
그간 서양미술 분야에서는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인 관점을 오가며 일반인을 위한 저술이 다양하게 소개되었으나, 동양미술 분야에서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선 동양미술 분야는 근대적 학술 연구의 기반 등이 서양미술에 비해 부족하다. 또 동양에서는 미술이 미술가 개인의 감성보다는 지식인 화가의 내면을 표현하는 매체로서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일반 독자를 위한 주제가 적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역사적으로, 문맹인 민중을 위한 ‘성경’의 구실을 했던 종교화의 파급력이 컸고, 화가들이 일찍이 유력한 패트런patron의 그늘을 벗어나 미술시장에 작품을 내다파는 (가난했지만) ‘자유로운 예술가’로 등장하는 등, 작품의 제작활동 자체가 감상자(소비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갖춘 지 오래다. 그러나 ‘동양화’나 ‘옛그림’ 하면 많은 독자들은 묵은 종이나 비단 바탕에 그려진 퇴색한 작품을 떠올린다. 동양미술을 다룬 책은 어쩐지 배경이 되는 사상이나 정신세계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 같아 까다롭게 느껴지고, 그러다보니 가볍고 즐거운 감상이 아니라 한참 배우고 난 다음이라야 시도해볼 수 있는 존재라는 압박을 느꼈던 것도 같다.

교양인을 위한 아주 특별한 동양의 옛그림 강의

『이야기 그림 이야기』는 동양미술사나 동양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미술서’이다. 이 책이 다룬 미술작품의 시기적 범주는 4세기경인 중국 동진시대부터 20세기 초 현대까지 1600년에 이르는 방대한 세월이지만, 저자는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는 글로 그 방대함을 축약해낸다. 저자는 중국 또는 동양의 회화사를 개략하거나 화풍이나 화법, 주류 사상, 시대상 같은 것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책을 읽어가면서 독자는 동양화의 형식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고 문학과 역사를 누비는 가운데 유장한 동양회화의 흐름까지 가늠할 수 있다.
이 책은 권卷, 축軸, 병풍屛風, 삽화揷畵의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동양화의 형식에서 기본이 되는 개념들이다. 저자는 이 네 가지 형식으로 큰 틀을 짜고, 작품 2편씩을 예로 들어 ‘이야기 그림’에 관해 이야기한다. 삼천 년 유장한 동양미술을 통사적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일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가장 사랑받아온 그림을 형식적 측면으로 분류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이처럼 명료한 구성 덕분에 독자는 책의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네 가지 형식으로 살펴보는 이야기 그림 장르’라는 의외의 접근법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문학적 서사물’(문학작품)을 바탕으로 제작된 미술 장르(이야기 그림)를 이해하는 데 아주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내용과 형식이 훌륭하게 조합을 이룬 예술작품은 창작자와 수용자의 관계조차 밀착시킨다. 예술가가 작품에 담고자 하는 것이 ‘내용’이라면 ‘형식’은 소통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내용’과 ‘형식’이 가장 적합하게 어우러진 작품이 곧 완성도 높은 작품이며, 당대 혹은 후세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런 명작들을 엄선했다.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청자聽者(감상자)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법이다. 각각의 그림이 다룬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도 일반 독자를 안심시키는 부분이다(친절하게도 문학작품의 원문이나 요약문이 제공되어 있으므로, 심층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길잡이로 삼으면 되겠다). 이야기의 서사구조는 두루마리, 축화, 병풍화, 삽화 등의 형식에 담겨 그림으로 전환되면, 별개의 미술품으로서 고유의 감상법을 제안하게 된다. 말하자면 화가는 어떤 ‘이야기’(내용)를 선택하여, 그것을 ‘적절한 형식’에 담아 작품을 완성해야 했다. 이는 곧 화가가 의도한 감상 지점에 설 수만 있다면, 작품의 감상법을 터득할 수 있다면, 세월을 거슬러서 옛 시대의 화가와 실감나게 만날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 책은 바로 그 ‘감상의 지점’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야기란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마련인데, 이 책은 ‘이야기 그림’에 대한 ‘이야기책’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어느덧 작품 제작의 주체인 화가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고, 그가 살던 옛 세상조차 낯설지 않게 되어, 동양화를 박제된 역사의 결과물이 아닌, 오늘의 공기를 호흡하는 우리가 향유할, 생생히 숨 쉬는 예술로서 맞이하게 된다. 저자는 동양화의 형식 자체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눈높이를 화가의 시점에 따르도록 (독자로 하여금 화가의 입장이 되어볼 것을) 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해시킨다. 수십 년에서 1천수백 년에 이르는 시간의 간극조차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다. 읽다 보면 예술 언어란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동양화’ 역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을 독자는 책을 덮으며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 그림’에 대하여

이 책에서 다루는 동양화는 당대의 혹은 전대의 유명한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삼는다. 즉 이 책은 이야기(서사)를 다룬 그림, ‘이야기 그림’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동양화를 ‘이야기 그림’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책이다.
‘이야기 그림’이란 무엇일까? 중국에서 시작된 이것은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그려져 말 그대로 그 이야기를 짚어가며 감상해야 하는 장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그 이야기는 조식曹植(192~232)의 「낙신부」洛神賦, 소식蘇軾(1036~1101)의 「후적벽부」後赤壁賦와 같이 한자문화권에 속한 나라에서는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서사물이다. 조식과 소식 그리고 이백李白(701~762), 도잠陶潛(365~427) 등 위대한 문인들의 작품은 중국 화가들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조선에도 건너와 김홍도金弘道(1745~1806 이후), 정선鄭敾(1676~1759) 같은 대가들에 의해 다양한 형식으로 형상화되었다. 원대에 제작된 『서상기』와 같은 대중소설은 명대 최고의 인물화가였던 진홍수陳洪綬(1598~1652)와 같은 이가 삽화로 제작하기도 했고, 구사□沙와 왕위군王偉君이라는 두 화가는 평생을 걸고, 중국 현대문학의 혁명적 인물인 노신의 글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또한 동진 때 도잠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는 20세기 중국 회화의 대가 장대천張大千(1899~1983)에 이르러 현대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문학작품과 회화작품의 이렇게 오랜 세월 긴밀하게 유대를 이루며 동양그림의 큰 특징을 이루게 된 것이다.

[책의 내용]

제1장 펼쳐가며 읽는 그림, 권卷
권화①: 고개지, 〈낙신부도〉
권화②: 교중상의 〈후적벽부도〉
권은 두루마리 그림이다. 세로 길이는 대략 30센티미터 이내, 가로 길이는 다양하다. 감상할 때만 적당한 길이로 펼쳐서 보는 그림.
① 이 장에서 다룰 작품은 둘 다 오랜 세월 후세의 칭송을 받아온 최고의 작품이면서, 가로 길이가 무려 600미터에 가까운 대작이기도 하다. 먼저 중국 최초의 화가로 이름을 올린 고개지顧愷之(346~407)의 〈낙신부도〉洛神賦圖를 살펴본다(원본은 소실되었지만 북송대에 충실히 모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낙신부도〉가 북경의 고궁박물원에 있다).
저자는 1600년의 시간을 돌이켜, 비단 화폭을 앞에 두고 작품을 구상하는 화가의 시대로 우리를 안내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낙신부도〉에 영감을 준 것은 문학 작품 「낙신부」洛神賦, 조식曹植(192~232)이라는 위대한 문인의 대표 작품이다. 당대 최고의 화가가 최고의 문학 작품을 주제로 삼아, 명성에 어울리는 대작을 완성했다. ‘시작이 곧 반’을 이룬 이 위대한 작품으로부터 이야기 그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위대한 문학작품이 위대한 화가에 의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고개지의 이 작품은 동일한 모티프로 제작된 후세의 작품들을 통틀어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룬 가장 훌륭한 이야기 그림으로 평가된다.
화가는 이 위대한 작품을 ‘두루마리’(권)라는 미증유의 미술형식으로 구현했다. 화가는 왜, 결과적으로 십 수세기를 지나 지금까지 전해지는 완벽한 작품에 이 형식을 도입해야 했을까. 독자는 ‘이야기’를 ‘회화’로 변이시키는 ‘화가’의 입장이 되어 작품을 ‘읽게 될’ 것이다. 텍스트를 읽는 화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의 구성법과 필법까지 눈여겨보면서.
1천 수백 년 전, 어느 화가가 특정 감상자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한다. 텍스트는 경이로운 「낙신부」. 화가는 오로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텍스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시각적으로 해석하여, 감상자의 물리적 시점을 고려한 표현법으로 작품을 완성하려 한다. 벽에 걸어둘 것도 아니요, 천장에 그릴 것도 아니다. 화가는 텍스트의 서사구조에 어울리는 긴 두루마리(장권, 長卷) 형식을 택했다. 감상자는 이 작품을 세세하게 살피며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음미할 것이다. 자신의 서탁 앞에 홀로 앉아 화면을 자신의 팔 길이 정도로 펼쳐서 보고, 한쪽으로 말아 감으면서. 본문을 읽고 감상을 위한 채비를 마친 독자라면, 머릿속에 〈낙신부도〉를 펼치고 감아가며, ‘낙신’의 이야기를, 고개지와 조식의 교감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되리라.
② 두 번째로 살펴볼 작품은 교중상喬仲常의 것이다. 이름 석 자와, 스승의 이름 석 자 그리고 작품 하나가 화사에 전할 뿐인 화가. 그러나 그의 스승은 이공린李公麟(1049~1106), 단 하나의 작품은 걸작 〈후적벽부도〉後赤壁賦圖이다. 또한 현전하는 최초의 〈후적벽부도〉이기도 하다. 「후적벽부」는 소식蘇軾(1036~1101)이 황주黃州에 유배 중이던 1082년에 자신의 거처인 임고정臨皐亭 근처의 적벽赤壁에서 노닌 하루를 읊은 작품으로, 「전적벽부」前赤壁賦와 함께 소식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적벽부」가 중국 문학에서 차지하는 지위는 대단한 것이었으며, 화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구성법과 표현력으로 최고로 발휘하여 역사에 남을 훌륭한 전범을 창조했다.

제2장 걸어놓고 음미하는 그림, 축軸
축화①: 구영, 〈춘야연도리원도〉
축화②: 장대천, 〈도원도〉
옛 그림 가운데 가장 친숙한 형태인 축. 두루마리가 매우 사적인 감상법을 요하는 형식이었다면, 축은 감상의 ‘공공성’과 관계가 있다. 감상에 열린 형태인 축의 화면에는 산수화든 화조화든 ‘이야기 그림’이든 쉽게 담아낼 수 있었다. 한편 이야기 그림을 축의 형식에 담기로 했다면 그 이야기는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될 것이다.
① 구영仇英(약 1502~1553)의 〈춘야연도리원도〉는 이백의 시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의 이야기를 하나의 장면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이 걸출한 화가는 저명한 인사들이 초대된 봄밤의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최대한 드러냈다. 이백 원작의 내용과 분위기를 세세하게 파악한 뒤,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대형 축화 〈춘야연도리원도〉를 완성한다.
② ‘도원’이 무엇인가. 동진東晋의 유명한 문사 도잠陶潛(365~427)의 「도화원기」桃花源記를 펼쳐볼 일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1600년 세월이 흐른 뒤, 20세기 중국 최고의 화가 장대천張大千(1899~1983)의 말년 작에 등장한다. 〈도원도〉桃源圖. 복숭아꽃이 없는(매화가 그려진) 도원도다. 노년의 화가는 1600년 전 문사의 유명한 이야기에 기대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일까.

제3장 둘러두고 감상하는 그림, 병풍屛風
병풍화①: 정선, 〈귀거래도〉 팔폭병
병풍화②: 김홍도, 〈서원아집도〉 육폭병
‘이야기 그림’이 병풍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여러 폭이 모여 완성되는 화면. 각각의 폭이 독자적으로 그려지되 그것이 모여 큰 화면 하나를 완성한다. 두루마리도 축도 아닌, 시간과 공간의 점유율이 높은 형식이므로 무엇보다 그림이 좋아야 한다. 저자는 조선의 대가들의 병풍을 골랐다.
① 「귀거래사」歸去來辭는 도잠陶潛(365~427)의 시문 가운데서도 대중적인 지명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다. 정선鄭敾(1676~1759)이 병풍 그림으로 이 주제를 택했을 때는, 이 주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서 이미 선배들이 모든 것을 그렸다고 생각했을 법한 시점이다. 화가는 텍스트와 선배 화가들의 귀거래도, 그리고 병풍이라는 형식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수용했다. 그리고 화가의 해석이 참으로 돋보이는 정선만의 〈귀거래도〉를 탄생시킨다.
② 저명한 문사 16명을 6폭 병풍에 담아라. ‘서원’西園이라는 이름난 원림에 소식과 소철, 황정견, 이공린, 미불 등 유명한 문사들이 모여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리며 악기를 연주하거나 인생을 논했거니와, 참가자인 미불이 이를 밝혀 글로 적었으니 이른바 「서원아집도기」西園雅集圖記. 조선의 18세기에 그 풍경은 당대 문인들이 과연 동경할 만한 것이었다. 역시 선배 화가들에 의해 두루마리와 축화로도 제작되었으나, 천재 화원 김홍도金弘道(1745~1806 이후)는 텍스트와 전작 서원아집도 그리고 병풍이라는 형식을 확실히 자신만의 원숙한 작품으로 해석해냈다.

제4장 읽으면서 쉬어가는 그림, 삽회揷畵
삽화①: 진홍수 『장심지정북서상비본』 삽화
삽화②: 구사·왕위군 『노신 논문·잡문 160도』
중국의 원명대, 희곡과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가 나타나 점차 상업적으로 출판된다. ‘서적’이라는 새로운 형식(매체)이 문학 작품을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삽화란 서적에 삽입된 그림이다. 그런데 이 미술 장르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저자는 삽화를 단순히 서적에 종속된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 그림’의 계보에 속한 동양그림의 한 장르로 소개하고 있다.
① 진홍수陳洪綬(1598~1652)의 『장심지정북서상비본』張深之正北西廂秘本 삽화는 통속문학 시장에서 장인에 의한 기능적인 작업에 머물 수도 있었던 삽화의 위상을 문인의 교양으로서도 흠이 없을 만큼 예술성이 높은 것으로 끌어올렸다. 명대 말기에 태어나 왕조의 운명을 눈으로 지켜본 진홍수는, 상인계층이 세력을 장악한 강남에서 평생을 보낸, 명대 최고의 인물화가로 평가받는 ‘문인’이었다.
② 노신魯迅(1881~1936)은 누구인가. 중국 현대문학의 시작이자 정점이며, 격변기 위대한 사상가로 독점적인 위치를 점한 인물이다. 그의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글에 풍자개豊子愷(1898~1975)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삽화를 그렸다. 그 뒤, 구사□沙와 왕위군王偉君은 노신의 작품 전체를 텍스트로 삼아 삶을 온통 노신과 더불어 보냈다고 해야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두 사람은 1981년부터 약 20년에 걸쳐 근 200편의 잡문을 그려서, 1999년 『노신 논문·잡문 160도』魯迅論文.雜文160圖로 출판한다. ‘노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놓치지 않으면서 잡문이라는 난감한 형식까지 살려낸 새로운 방식의 삽화’가 현대 삽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저자는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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